Ajooma

Here come the Ajoomas!



무제

November 16th, 2007 · No Comments

벌써 11월 중순이 되었고 여기 도쿄도 꽤 추워졌다. 8월의 도쿄, 처음 공항에서 내렸을 때, 섬나라다운 그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하며 습한 그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음에도 어느새 가을이, 겨울이 돌아왔다. 더위보다는 추위를 더 무서워하는 나이지만 그 뜨거운 여름의 도쿄 안에서 내심 겨울을 기다려왔던 것 같다. 이렇게 나에게 도쿄는 아이러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날씨의 변덕이 일본의 국민성을 닮은 것이라는 전해 들었을 때도 참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일본인에 대한 인상은 수련하고 온 듯한 느낌의 차분하며 정적인 느낌이 아니었던가. 말 그대로 찔 듯이 더운 그 여름에 봤던 한껏 멋을 낸 아가씨의 짧은 치마 밑 털 부츠를 봤을 때도 참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패션에 대한 무지해져 가는 아줌마로서 내 스스로 나이 탓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아이러니는 아이러니 아닌가. 660엔의 무서운 기본요금을 의식한 듯이 손님좌석의 문이 자동으로 열릴 정도로 친절한 택시시스템처럼 대부분의 택시운전사 분들도 그러하다. 허나 초행길임을 알고 먼 길로 돌아간다던 지 눈에 보이게 꽉 막힌 백화점 주차장 골목을 통해가려는 파렴치한 운전사들을 만난 적도 있다. 나대신 미친 듯이 화내 줄 수 있는 수준의 일어가 능통한 동생과의 동행이라면 문제없지만 아이와 함께 혼자 타고 있을 때면 정말 이처럼 억울한 일이 없다. 허나 그럴 땐 핸드폰 카메라가 최고다. 말없이 차번호와 운전사 얼굴 한방 찍어 놓으면 이보다 더 무서운 협박은 없으리라. 그 이후에는 모두들 제 요금을 받지 않는 센스를 발휘하신다. 들키기 전이나 후나 일관되게 보이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친절함과 몸에 배인 듯한 자신을 낮추는 모습은 지금 저 사람이 나 속인 그 사람 맞나 싶을 정도이기에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 일본영화를 보면 저의 죄입니다.’ 하면서 자결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말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일본인은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할 것이라는 것도 나의 선입견 중 하나였다. 허나 국민성이라는 부분에서 일본인들은 책임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아마도 그 책임에 대한 댓가가 오히려 너무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또한 아이러니라 느껴졌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아줌마이기에 흉보는 일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많은 기대에 따른 많은 실망일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상쾌한 아이러니들도 제법 있다. 터프한 외모에 건장한 체력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땀내음의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오히려 정겨운 내게 일본의 그네들은 또 한 번의 아이러니였다. 조근 조근한 말투와 여려보이는 외모와 체력은 개인차라고 해도 마치 예술품을 다루듯 조심스레 움직이는 그 모습은 고마움을 넘어서 참으로 문화충격에 가까웠다. 가구를 옮기고 나서는 긁힘 방지 스티커를 의자 밑 하나하나에 무릎을 꿇어 앉아 붙여주었다. 일이 끝나고 나서는 옮기면서 생겼는지 원래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그 조그만 먼지 부스러기들도 주어 담기에 바빴다. 이사를 위해 집안 곳곳에 깔았던 바닥의 양탄자도 어찌나 조심스레 옮기는지 나는 시어머니로 상견례 전 며느리 될 아가씨를 만난 듯 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이를 데리고 나간 집 앞 공원에도 반가운 아이러니를 자주 겪는다. 일본 아줌마들은 아이와 신나게 놀고 있는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말도 붙여본다. 영어도 써보고 일어도 써보고 양자 간의 많은 노력 끝에 이제 제법 인사도 하고 얼굴을 익힌 분들도 생겼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처음 누군가를 만나고 속내를 드러내는 일이 적다고 한다. 아줌마들이라도 내 얘기 보다는 아기들 얘기만을 나누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참으로 행복한 아이러니를 겪었다고 볼 수 있겠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에 사는지 그 작은 물음들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아기를 재우고 나면 돌아오는 양 어깨와 온 몸에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삶의 고단함이 있으나 이러한 작은 아이러니들에서 삶의 재미, 삶의 묘미, 삶의 향기, 삶의 굴곡을 맛보는 게 아닌가 싶다. 모순, 역설 등 부정적으로 보이는 아이러니란 이 단어를 내 삶의 도쿄에서는 짜릿하게 만들어야겠다. , 아줌마니까 그 힘과 용기로 다 바꿔놓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도쿄, 이렇게 나에게 도쿄는 아이러니다.

Tags: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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